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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어지고 나서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너무 힘들다.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너무나 큰 상실감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 그 녀석이 생각나고.. 눈 앞에 아른거리고.. 멍멍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길을 가다가 까만색, 회색이 뭉쳐진 뭔가가 개구쟁이 얼굴처럼 보여서 다가가보니..

아스팔트 위에 말라붙은 껌딱지였다.

세상은 어제처럼 오늘도 잘 돌아가고 있고, 나만 이 비극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는데 라디오에서 회상이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원래 좋아했던 노래인데, 유독 가사가 너무 내 마음을 후벼판다.

회상이라는 제목과, 떠나버린 그 사람이라는 가사가 왜 이렇게 슬프게 느껴지는지..

머리 다 깍고 근처의 코인 노래방에 들어갔다.

원곡은 산울림이 불렀지만 최근에 장범준이 부른 버전으로 선곡을 했다.

첫 소절을 부르려고 입을 떼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울먹거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너무 슬펐다.

진짜 이별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간신히 완창했다.

이후에 부른 다른 노래들도 모두, 원래 사랑 얘기인데 나에게는 개구쟁이와의

영원한 이별로 치환되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허전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불현듯 생각난 조성모의 To Heaven을 선곡했다.

역시 이별 노래이긴 하지만, 제목과 가사의 내용이 좀 더

지금의 내 심정과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왜 이렇게 개구쟁이를 데려갔는지, 혼자 되뇌이듯 노래를 불렀다.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 그래, 개구쟁이 분명 좋은 곳에 가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그 시절에 좋아했었던, 이지훈의 왜 하늘은과 사준의 메모리즈를 연이어 선곡했다.

단순히 헤어짐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후의 다짐, 염원같은 부분에 마음을 담아 불렀다.

그래.. 앞으로도 슬픔은 불쑥 불쑥 찾아올테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개구쟁이의 행복을 빌어주자.

그러고나서 부른 마지막 노래는 HOT의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부르는 노래라서 예전같지 않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전에 불렀던 노래들에 비해

훨씬 더 진심을 실어서 불렀다.

점수가 100점이 나왔다.

이렇게 하면 되는걸까? 짱아야.. 지금 행복한거지? 그렇게 믿어도 되는거야?

무지개다리에 대한 얘길 들었어. 주인한테 이쁨 받은 강아지들은 저 멀리 무지개다리를 건너

천국에서도 좋은 것만 보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다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내가, 우리 가족이 너에게 그만큼 충분히 잘 해줬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분명히 널 사랑했던 건 사실인데.

아쉽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것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결국 핑계일 뿐은 아닐지.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바래. 그 곳에서, 좋은 곳에서 친구들이랑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

언젠가 너랑 꼭 만날 수 있을거라고, 그 믿음 하나만으로 열심히 살아볼테니까.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 잘 챙기면서. 네가 우리에게 줬던 그 사랑의 소중함,

다른 이들에게도 잘 전해줄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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