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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140910


짱아와 3인의 곰인형들

우리집에서 막내의 포지션인 짱아에게는 어떻게 보면 이 인형들이 그의 동생과 같았다.

동생? 너무 사람의 관점인 것 같지만, 아무튼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만만한 대상.

인형을 대하는 짱아의 태도에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당당하고, 위엄 있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가족 외에 다른 존재들에게는 모두 그랬다.

그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했는데, 생각해보면 짱아의 진정한 실체는

우리 가족에게 그랬던 모습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만 드러냈던 그 위용 넘치는 모습. 

여기서는 내가 대장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듯한 사진 속 짱아의 모습.

저것이 진짜 짱아의 본모습이 아니었을까.

좀 더 짱아가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저 3인의 인형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가장 쪼그만 녀석 하나 뿐.

동생이든, 부하든, 어쩌면 먹잇감이든, 짱아의 만만한 인형들이 하나 하나 사라질 때마다.

어땠을까 짱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대상이었든 짱아에게는 가까운 존재였을 인형들의 공백.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짱아의 갑작스러운 공백.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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