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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161106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제서야 느껴진다.

많이 늙었구나.. 어느덧 이렇게 나이를 먹었었구나..

돌이켜보면 그 순간 순간의 기억속에 '나이 든 짱아'는 없었다.

늘 한결 같았던 모습, 표정, 행동, 습관 .. 일상에서 마주하는 짱아는 한결 같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으레 발생할 수 있는 그 어떤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난 정말 짱아에게 그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했던걸까.

사진 속의 짱아는 날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언젠가부터 짱아는 가끔씩 현관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개가 생각을? 당시 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당시 짱아의 심경에 분명한 변화가 발생했던 것이다.

평소 볼 수 없는 이상한 행동, 징후이다.

아마 짱아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처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같지 않은, 

하루 전날에 증세가 발현되었고, 당일 서울에 홀로 떨어져있는 내가 청주에 도착할 때까지.

짱아는 온갖 고통을 견디고 버티어, 마지막에 나를 기다려줬다고,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음에.. 마음이 미어진다.


그러한 감정의 상태에서 바라본 사진 속 짱아에게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세상의 온갖 풍파를 버티고, 긴 세월을 살아내어 현재에 도달한 노장의 모습. 

이제부터는 감히 개구쟁이라고는 여길 수 없는,

어떤 마땅한 호칭도 쉽사리 떠올릴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혹은 그 이상의 존재.


그런 존재였다. 짱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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